구동사가 유독 어려운 이유
구동사는 동사와 불변화사를 더한 형태인데 뜻이 그 둘의 합이 아닙니다. 같은 형태에 여러 뜻이 붙고, 목적어 위치 규칙이 따로 있고, 사용역까지 다릅니다. "구동사 200개 외우기"가 거의 쓸모없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영어를 꽤 하는 사람도 구동사에서 멈춥니다. 단어 하나하나는 다 아는 것들인데 합쳐 놓으면 뜻을 모르겠는 상황이 계속 생깁니다. 그리고 이건 어휘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구동사는 구조적으로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동사 + 불변화사
구동사는 동사에 짧은 말을 붙여 만든 표현입니다. up, out, off, on, over, through, down 같은 것들인데, 이것들을 문법에서는 불변화사라고 부릅니다. 생김새는 전치사와 같지만 하는 일이 다릅니다. 전치사는 뒤에 오는 명사와 묶여 "어디에, 무엇으로"를 말하지만, 불변화사는 동사와 묶여 동사의 뜻 자체를 바꿉니다.
차이가 드러나는 자리가 있습니다. He ran up the hill에서 up은 전치사이고 the hill과 묶입니다. He ran up a huge bill에서 up은 불변화사이고 ran과 묶여 "쌓았다"는 뜻을 만듭니다. 그래서 두 번째 문장에서는 He ran a huge bill up이 가능하지만 첫 번째 문장에서는 안 됩니다.
뜻이 조합적이지 않다
가장 큰 문제입니다. give up이 왜 포기하다인지, give와 up으로부터 계산해 낼 방법이 없습니다. put off가 왜 미루다인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는 단어 둘을 아는 문법으로 붙였는데 결과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완전히 임의적이지는 않습니다. 불변화사에 대략적인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up은 완결이나 증가 쪽으로 기우는 경우가 많고, out은 소멸이나 밖으로 내보내는 쪽, off는 분리나 중단 쪽입니다. eat up, use up, fill up 같은 것들은 이 경향으로 설명이 됩니다.
다만 여기서 정직해야 합니다. 이 경향은 이미 뜻을 아는 표현을 사후에 설명하는 데는 잘 쓰이지만, 모르는 표현의 뜻을 예측하는 데는 잘 듣지 않습니다. beat up이 왜 폭행하다인지, look up이 왜 찾아보다인지를 이 경향으로 도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불변화사의 의미만 알면 구동사가 풀린다"는 설명은 절반만 맞습니다. 이해를 돕는 보조 장치이지 규칙이 아닙니다.
같은 형태에 여러 뜻이 붙는다
get 하나만 봐도 그렇습니다. get up은 일어나다, get over는 극복하다, get through는 끝내다 또는 통과하다, get by는 그럭저럭 지내다, get along은 잘 지내다, get away with는 처벌을 면하다입니다. 이것들 사이에 공통점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더 나쁜 것은 같은 구동사 하나가 여러 뜻을 갖는 경우입니다. take off는 이륙하다이기도 하고 벗다이기도 하고 급격히 성장하다이기도 하고 자리를 뜨다이기도 합니다. 어떤 뜻인지는 문맥이 결정하는데, 목록에는 대개 뜻이 하나만 적혀 있습니다.
그 결과가 앞에서 본 단어장 문제와 똑같이 나타납니다. take off를 이륙하다로 외운 사람은 The business really took off라는 문장에서 막힙니다. 아는 표현인데 문장이 이해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목적어 자리 규칙이 따로 있다
뜻을 알아도 쓸 때 걸리는 부분이 여기입니다. 구동사는 목적어를 어디에 두는지가 표현마다 다릅니다.
- 분리 가능한 타동사형: turn off the light도 되고 turn the light off도 됩니다. 둘 다 자연스럽습니다.
- 대명사가 오면 반드시 사이에 넣습니다. turn it off는 되지만 turn off it은 안 됩니다. 이건 예외가 거의 없는 규칙이라 외워 둘 값이 있습니다.
- 분리 불가능한 타동사형: look after the children은 되지만 look the children after는 안 됩니다.
- 자동사형: 목적어가 아예 없습니다. break down, show up, give in 같은 것들입니다.
- 세 단어짜리: look forward to, put up with, get away with 같은 것들은 통째로 붙어 있어 사이에 아무것도 넣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어떤 구동사가 어느 유형인지 알려 주는 규칙이 없습니다. 표현별로 알아야 합니다. 목록으로 외울 때 이 정보가 대개 빠져 있는 것이 문제를 키웁니다.
사용역: 구동사는 대개 더 구어적인 선택지
영어에는 같은 뜻을 가진 두 가지 표현이 나란히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는 게르만 계열의 구동사, 하나는 라틴이나 프랑스 계열에서 온 한 단어짜리 동사입니다. put off와 postpone, find out과 discover, give up과 abandon, look into와 investigate 같은 짝입니다.
대체로 구동사 쪽이 일상적이고 편하게 들리고, 라틴계 쪽이 격식 있고 딱딱하게 들립니다. 그래서 학술 논문이나 공식 문서에서는 라틴계 쪽이 선호되고, 대화나 이메일에서는 구동사 쪽이 자연스럽습니다.
여기서도 정직하게 덧붙여야 할 것이 있습니다. "구동사는 비격식"이라는 규칙은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carry out, point out, result in, set up 같은 구동사는 학술 문헌에도 흔하게 나옵니다. 그러니 라이팅에서 구동사를 전부 피하려 애쓰는 것은 과잉 교정이고, 결과적으로 부자연스러운 글이 됩니다. 표현별로 감을 잡아야 하는 문제입니다.
한국어 화자에게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시험 대비로 어려운 단어를 많이 외운 사람이 말할 때도 라틴계 단어만 쓰게 되면, 문법은 맞는데 사람이 말하는 것 같지 않게 들립니다. 반대로 구동사만 쓰면 격식 있는 자리에서 가벼워 보입니다. 두 쪽 다 갖추고 상황에 맞게 고르는 것이 목표입니다.
"구동사 200개 암기"가 안 되는 이유
지금까지 나온 것을 합치면 답이 나옵니다. 목록 형태로는 구동사를 익히는 데 필요한 정보의 대부분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 여러 뜻 중 하나만 적힙니다. 나머지 뜻으로 쓰인 문장에서 막힙니다.
- 목적어 위치 규칙이 빠집니다. 알아는 보는데 쓸 줄은 모르는 상태가 됩니다.
- 사용역 정보가 빠집니다. 격식 있는 자리에서 잘못 골라 씁니다.
- 어울리는 명사가 빠집니다. 문법적으로 가능한데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 조합을 만들게 됩니다.
- 비슷한 형태끼리 붙어 있어 간섭이 심합니다. get over와 get through와 get by를 연달아 외우면 나중에 서로 섞입니다.
반대로 문장 안에서 만나면 이 정보가 전부 함께 들어옵니다.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 목적어가 어디 있는지, 어떤 종류의 글에 나오는지가 그 문장 하나에 다 들어 있습니다. 구동사만큼 목록과 문장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영역도 드뭅니다.
Lexi에 Phrasal Verbs & Set Expressions 단어장이 따로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 단어장을 고르면 문장이 거기서 나오고, 구동사를 목록이 아니라 실제로 쓰인 문장 안에서 만나게 됩니다. 걸린 표현에는 메모를 붙여 둘 수 있어서, 나중에 같은 형태의 다른 뜻을 만났을 때 옆에 적어 둘 수 있습니다.
실전 조언 하나만 덧붙이면, 구동사는 표현 단위가 아니라 문장 단위로 기록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take off라고 적지 말고 The plane took off an hour late라고 통째로 적어 두는 것입니다. 나중에 꺼내 쓸 때 문장 째로 나오기 때문에 목적어 위치를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구동사는 왜 이렇게 안 외워지나요?
뜻이 구성 요소의 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give up이 왜 포기하다인지 give와 up에서 계산할 방법이 없어서 예측이 불가능하고, 같은 형태에 여러 뜻이 붙는 데다 목록에는 대개 하나만 적혀 있습니다. 거기에 목적어 위치 규칙과 격식 수준까지 표현마다 다르니, 어휘 문제라기보다 구조 문제에 가깝습니다.
turn off it은 왜 틀린가요?
구동사의 목적어가 대명사일 때는 반드시 동사와 불변화사 사이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turn the light off와 turn off the light는 둘 다 맞지만, 대명사가 오면 turn it off만 맞습니다. 이 규칙은 예외가 거의 없어서 외워 둘 값이 있고, 분리 불가능한 구동사에는 애초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up이나 out의 의미를 알면 구동사를 추측할 수 있나요?
절반만 그렇습니다. up이 완결이나 증가, out이 소멸이나 외부화 쪽으로 기우는 경향은 실제로 있고 eat up이나 use up 같은 것은 그렇게 설명됩니다. 다만 이 경향은 이미 아는 표현을 사후에 설명할 때 잘 듣고, 모르는 표현의 뜻을 예측할 때는 잘 듣지 않습니다. 이해를 돕는 보조 장치이지 규칙은 아닙니다.
라이팅에서 구동사를 쓰면 감점되나요?
표현에 따라 다릅니다. put off보다 postpone이 격식 있게 들리는 것은 맞지만, carry out이나 point out이나 result in 같은 구동사는 학술 문헌에도 흔하게 나옵니다. 구동사를 전부 피하려 하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글이 되므로, 전면 금지가 아니라 표현별로 감을 잡는 쪽이 맞습니다.
구동사를 어떻게 기록해 두는 게 좋나요?
표현만 적지 말고 그 표현이 쓰인 문장을 통째로 적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take off라고만 적으면 어떤 뜻인지, 목적어가 어디 들어가는지, 어떤 자리에서 쓰이는 말인지가 전부 빠지지만, The plane took off an hour late처럼 문장으로 적으면 그 정보가 함께 남고 나중에 꺼내 쓸 때 문장 째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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